한인 소식
국외 다문화가정, 재외동포 자녀의 언어교육
재외동포는 국외 다문화사회에서 살고 있다. 가족이민, 직업이나 학업을 목적으로 장기체류하는 가정, 입양이나 국제결혼 형태의 가정이 있다. 이 가운데 입양의 형태를 제외한 다른 가정에서는 대부분 자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하고 익히는 언어는 한국어일 것이다.
국제결혼가정에서 자녀가 현지어 또는 아빠의 언어를 먼저 익히는 것은 한국여성이 가장 자신 있게 구사하는 언어일 가능성이 높은 한국어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이중언어를 접하며 자라는 어린이가 어떻게 두 언어를 동시에 습득하는지, 직간접적인 경험이 없고, 이에 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이나 편견 등 기타 요인이 엄마의 언어, 한국어를 육아언어로 자신 있게 쓰지 못한 실정을 잘 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거두절미하고, 앞으로 다문화가정을 이룰 예비신부나 어린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바란다. 어떤 언어든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구사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있겠지만, 제2언어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불편을 느낀 적이 있다면 무엇이든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한국어를 육아언어로 사용하기를 권하고 싶다.
한편으로 입양가정 대부분의 어린이는 저 연령 때에 한국을 떠나 새로운 가족의 보금자리에서 성장한다. 아기의 경우는 가정에서 한국어의 접촉이 전혀 없으므로 현지어를 익히게 되고,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어린이라고 해도 비행기의 이륙과 동시에 한국말은 그 기능을 상실하여 모어가 바뀔 수밖에 없다.
부모가 한국인인 가정에서 정상적으로 한국어를 익힌 어린이는 현지어에 그다지 노출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부모는 자녀의 학교교육이 시작되는 즈음에 불안과 걱정으로 초조해진다. 하지만, 몇 개월만 지나면 언제 이런 걱정을 했나 싶을 정도로 어린이들은 잘 적응한다.
현지어(교육언어)를 모어(제1언어)로 하지 않는 어린이의 제2언어습득에 관한 연구를 보면 제1언어능력이 제2언어습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으로 재외동포 자녀의 경우, 현지어를 전혀 모르더라도 한국어 어휘가 풍부하고 여러 가지 사물에 대한 지식이 많을수록 현지어(교육언어)를 배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학교공부를 하면서도 계속적으로 제1언어능력을 발달시키는 일은 제2언어습득에 박차를 가하고, 제2언어능력 향상은 다시 제1언어발달에 영향을 미치므로 교사들은 학부모에게 가정에서는 분발하여 모어(제1언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니, 부모는 안심하고 계속적으로 자녀와의 소통수단으로 한국어를 쓰고, 자녀로 하여금 이중언어 구사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으로 어린이의 학교생활이 시작되면서 한국어를 접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다. 게다가 현지어에 익숙해짐에 따라 아이는 한국어 사용을 꺼리기도 한다. 가정에서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거의 대부분 이 시기부터 자녀의 한국어는 소극적으로 이해만 할 뿐 현지어로 대답을 하는 대화방식으로 바뀐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말의 한국어학교는 참 고마운 역할을 한다. 비록 일주일에 한 번에 불과하지만,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의 한국어능력을 계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말 한국어학교는 아이가 한국말을 잘 못해서 보내는 곳이라기보다 우리 아이의 한국어를 계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도움을 받기 위해 보내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뜻에서 학교의 역할은 어린이들의 교육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학부모에게 가정에서 연장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정보제공을 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입양가정의 경우는 좀 다른 형태로 자녀의 언어교육이 이루어진다. 학령기 이전부터 놀이모임 등에 참여하여 한국어를 접하게 하고, 학령기가 되면 여느 어린이들처럼 한국어학교에 보낸다. 하지만, 언어배경이 다르고 소수그룹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소외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한국인보다 입양가정의 부모가 자녀의 한국어교육에 대한 동기는 훨씬 강하다. 이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자녀의 한국어교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그룹이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정부는 입양가정 자녀를 위해 조기 이중언어 교육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한국어와 문화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정진해야 한다. 이것은 재외동포 자녀의 한국어교육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도 하다. 관련 기관에서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지만, 현재의 지원방식은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이다. 포괄적인 연구를 토대로 효율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내 다문화가정 자녀의 언어교육
국내 다문화가정에는 전부터 살고 있는 화교와 귀화인, 외국인근로자, 국제결혼가정이 있다. 국제결혼은 두 가지의 형태가 있는데, 하나는 경기도를 비롯하여 주로 농촌지역에 살고 있는 한국남성-외국여성과의 결혼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를 중심으로 한국여성-외국남성과의 결혼이다. 엄마가 한국인인 후자의 경우, 자녀의 한국어보다는 오히려 소수언어인 아빠의 언어를 어떻게 잘 익히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가 관심거리이다.
선천적으로 언어장애가 있는 어린이가 아니라면 한국어 접촉이 많지 않은 대부분의 다문화가정 자녀가 학령기에 이르러 연령에 상응하는 한국어능력이 부족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가정에서 부모 또는 엄마의 언어를 정상적으로 익힌 경우는 문제가 될 이유가 전혀 없다. 학교에서는 이 어린이들의 한국어를 돕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 되고, 저 연령의 어린이들은 제2언어의 자연습득이 가능하므로 따로 격리하여 한국어를 가르칠 필요는 없다. 재외동포 자녀가 가정에서 한국어만을 사용하다가 학교에 입학하여 현지어를 익혀나가는 과정과 똑같다.
한 가지, 아주 대조적인 현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대부분의 재외동포는 가정에서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개인의 자유이고 현지어만을 사용하도록 사회적인 압력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영어를 비롯하여 불어나 독일어 등을 제외한 다른 소수의 언어를 경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수많은 국내 다문화가정의 부모 및 엄마들은 자녀와 자신의 언어로 소통할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사회적인 압력과 차별 속에서 서툰 한국어(현지어)를 육아언어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한국어능력 부족이나 학습부진 등에 관한 글을 보면 대부분 이들의 열악한 경제적 환경과 엄마의 서툰 한국어에 원인을 두고 있다. 자녀의 한국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엄마들의 한국어능력을 먼저 향상시켜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이것은 다문화가정 자녀의 한국어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가정에서 엄마의 언어를 정상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엄마의 한국어능력은 별개의 문제이다. 또한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 어느 한 시점의 결과는 과정에 불과하다. 이중언어 연구에 의하면 교육언어로 제2언어를 배울 때에 학습에 필요한 언어능력을 갖추는 데에는 적어도 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중언어 환경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의 한국어능력 향상을 도와주면서 장기적으로 관찰해나갈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국내의 현실을 보면 다문화가정 자녀의 언어교육은 먼저 가정에서 부모 또는 엄마의 언어로 육아를 할 수 있게 응원해야 할 주변사람들과, 소수언어를 차별하는 한국사회의 인식전환에 달려 있다. 결코 다문화가정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다문화사회에서 살고 있는 재외동포 자녀의 한국어(엄마의 언어)가 중요한 만큼 똑같은 이유로 국내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가정에서 엄마의 언어를 먼저 익히고 이를 보전 발전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겠는가.
박정은 캐나다 이중언어 연구가
원문출처 => http://www.korean.net/wcms/view.jsp?bID=48210&pageID=01055294&mod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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